아리요시 사와코(有吉佐和子) 『황홀한 사람(恍惚の人)』의 치매 표현 고찰* 최재철 ․ 김성은 공동 / 한국외국어대학교 Ⅰ. 머리말 치매1)를 앓는 노인을 돌보는 한 가정의 모습을 그린 아리요시 사와코(有吉佐 和子, 1931∼1984 ;이후 ‘아리요시’로 약칭함)의 『황홀한 사람(恍惚の人)』2)은 치매 관리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본격화되는 2012년 현재3), 우리에게 시사하는 * 이 논문은 2012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술연구비 지원에 의해 작성되었음. 1) 일본에서는 2004년 후생노동성 용어검토회에서 ‘치매’라는 용어는 부정적 선입견을 주므로 ‘인지증(認知症)’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보고서가 제출됨에 따라 행정 분야 및 고령자 개호 분야에서 ‘치매’라는 용어 사용을 폐지하고 ‘인지증(認知症)’으로 대체하였다. (위키피디아 참조 http://ja.wikipedia.org/wiki/) 그러나 본고에서는 기억, 학습 장애와 그 밖에 다른 인지 기능 장애(실어증, 실행증, 실인증, 수행 능력의 장애)를 동반하는 전반적인 병리 증상인 ‘치매(작품 내에서는 <呆 け> <痴呆>)’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2) 기존의 제목 번역은 『황홀의 인생』, 『은색의 황홀』, 『노망든 사람』, 『꿈꾸는 사람』, 『모록』 등이 있으나, 작품 본문 속의 ‘황홀하게 꿈을 꾸고 있다(恍惚として夢を見ている)’(p. 26) 와 ‘꿈꾸는 사람(夢見るひと)’(p. 292)과 ‘황홀히 살고 있다( )’(p. 292) 등의 표현을 참고하여 본고에서는 『황홀한 사람』이라고 번역하기로 한다. 3) 보건복지부는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해마다 치매환자가 급증하는 것에 대비하는 치매관 리 계획을 법안으로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인정책과, 「‘치매’ 관리 국가 개입 본격 138 세계문학비교연구 제41집 (2012년 겨울호) 바가 크다고 본다. 이 소설은 1972년 6월 ‘순문학특집 단행본시리즈’로 신조사(新潮社)에서 간행 된 작품으로, 아리요시(有吉)의 사회파소설4) 중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발표된 후 40년이 지난 현재에도 노인문학과 간병소설을 대표하며 치매노인 문제, 가족 간 병의 한계와 노후생활 등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교과서’적인 역할을 한다5). 출 판 당시 공전의 베스트셀러에 올라 치매노인, 고령자 간호문제 등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황홀한 사람(恍惚の人)’이란 말은 유행어가 되었다.6) 이렇게 명성 을 얻었음에도 참신한 주제에 비해 문학성이 부족하다는 문단의 비판도 있었으나,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문학이라는 장르를 통해 제대로 피력한 것과 이후 일본의 사회복지제도 개선에 공헌했다는 평가7)에는 이견이 없다. 『황홀한 사람』에 대한 선행 연구는 노화에 수반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해석 과, 간병의 역할을 여성에게 맡긴다는 젠더문제의 부각, 사회보호법 성립과의 관 련성과 연계된 간병·요양시설의 확충 등 실질적인 복지문제에 대한 연구 등이 주 류를 이루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스케가와(助川徳是)는 「근대문학에 그려진 늙 음」에서 작품에 나타난 노년 상을 분석하였고, 노인문제를 예견한 작가의 사회인 식을 평가한 논문과8) 이 작품의 매력을 치매노인의 이물화(異物化)와 작가의 묘 사 기법에서 찾은 연구가 있다.9) 또 노인문학이라는 의의 이상으로 며느리가 행하 화」,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한국경제』, 2011년 8월 4일자) 4) 사회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작품의 소재로 다룬 소설을 ‘사회파소 설’이라고 한다. 「『恍惚の人』や『複合汚染』などにしましても、よく言われるように社会派小 説として取材してできた小説ではなくて、ふとしたときに自分の老いに気 づく、あるいは自分をとりまく汚染に気づいたことがきっかけで、それか ら七、八年間、普通に暮している中で、先覚者の方々の研究や、運動体の お手伝いを私なりにしてみようと、考えたものなのです。」 有吉佐和子, 『有吉佐和子』(作家の自伝109), 日本図書センター, 2000, p. 202. 밑줄 인용자. 5) 森幹郎, 「解 」,『恍惚の人』, 新潮文庫, 1982, p.431 6) 伊吹和子, 『めぐり逢った作家たち』, 平凡社, 2009, p.162 7) 아리요시가 베스트셀러(2백만 부)인 이 작품의 인세 1억 엔을 노인요양시설에 기부했 는데 세금이 8천만 엔이었다는 사실을 공론화하자 일본 당국은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할 경우 세금을 감면하는 방침을 세웠다. 8) 吉田知子, 「<老い>の問題を予見- 有吉佐和子『恍惚の人』」, 『新潮』, 新潮社, 198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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